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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이 은행나무처럼 오랜 세월을 함께 걸어온 관계가 존재할 것이다. 필자에게는 30년을 훌쩍 넘긴 소중한 친구가 있다. 아무리 급박하게 변해가는 세상이라지만,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고귀한 가치가 분명 존재한다.
처음 만났던 학창 시절의 서툴고 미숙한 모서리들은 마치 탄닌과 산미가 날카로운 어린 와인과도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존중하며 곁을 지켜온 세월은, 와인이 오크통의 발효와 긴 숙성을 거치듯 침묵으로 깊어지는 시간과도 흡사하다.
와인은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떫은맛은 부드러워지고, 다양한 아로마를 발산하며 마침내 복합적인 풍미를 선사한다. 우리의 우정 또한 이와 같아서 서로의 날카로운 모서리는 둥글어졌고, 수많은 경험과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 그윽하고 깊은 향을 품게 되었다. 긴 세월 동안 우뚝 서서 천년을 사는 은행나무가 장엄한 황금빛 역사를 만들 듯이, 친구와의 30년을 훌쩍 넘긴 우정은 그 자체로 고귀하고 값진 빈티지이다.
필자는 내년 이맘때, 이 오래된 친구와 함께 황금빛 은행잎이 흩날리는 길을 걸으며, 우리의 오랜 빈티지 우정에 걸맞은 깊은 풍미를 지닌 와인을 나누고자 한다. 이는 시간과 추억을 마시는 경험이 될 것이며, 바롤로 와인은 우리의 우정을 빛내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와인의 왕(King of Wines), 바롤로(Barolo)의 숭고한 깊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최고급 레드와인인 바롤로(Barolo)는 흔히 '와인의 왕' 혹은 '왕의 와인'이라 칭해진다. 그 맛의 깊이와 압도적인 숙성 잠재력, 그리고 역사적 가치로 이탈리아 와인 생산의 정점을 찍었다.
바롤로 지역은 해발 191m에서 762m까지 다양한 고도를 이루며, 토양은 모래가 섞인 주로 석회질이 풍부한 이회토(Marl)로 구성되어 미세 기후(Micro-climate)에 따라 와인의 개성이 크게 달라진다.
바롤로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Piemonte) 지역에서 네비올로(Nebbiolo) 단일 품종으로만 양조 된다. 이 포도 품종은 고대부터 재배되었으며 수확기인 10월 말경 내리는 '안개(Nebbia)에서 이탈리아어 "nebbia"에서 유래한다. 이 네비올로 품종이야말로 바롤로의 숭고한 장기 숙성 잠재력의 핵심이 된다. 네비올로는 포도알은 작고 짙은 보라색으로 타닌이 풍부하다. 매우 높은 산도와 강렬한 탄닌을 지니고 있어, 어린 바롤로는 그 구조적 힘이 강력하여 다소 투박하거나 거칠게 느껴질 수 있다.
밤낮의 심한 기온차로 아침 안개가 자욱하고 한낮은 청명한 이 반복되는 현상이 포도의 숙성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여 열매를 견실하게 하고 당도를 농축시킨다. 만생종으로 극단적으로 늦게 익어 10월 말~11월까지 수확을 기다리며, 안개는 포도나무의 기온을 떨어뜨려 복잡한 아로마와 맛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또한 바롤로(Barolo)는 DOCG 숙성 규정이 알코올 함량은 13% 이상으로 최소 숙성은 총 3년 (오크통 2년 이상 + 병 숙성), 리제르바(Riserva)는 총 5년 숙성을 거쳐야만 시장에 출시가 허용된다. 이렇듯 바롤로의 진가는 오직 시간만이 완성할 수 있다.
이러한 엄격한 기준과 품종의 특성 덕분에 바롤로는 최소 10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의 긴 병 숙성 잠재력을 지닌다.
이 오랜 숙성 과정을 통해 강렬했던 탄닌은 우아하고도 벨벳과 같이 부드러운 질감으로 변한다. 향(Aroma) 또한 붉은 과실 향을 넘어 장미, 타르, 말린 체리, 가죽, 흙의 뉘앙스를 거치며 트러플과 같은 복합적이고 숭고한 3차 아로마(Tertiary Aroma)로 발전하게 된다. 깊고 묵직한 바디감(Full-bodied)과 이 복합적인 풍미는 잘 숙성된 빈티지 바롤로를 마시는 이에게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마시기 전에는 충분히 시간의 여유를 두고 10시간 정도는 병을 미리 오픈하여 와인 브리딩(Wine Breathing)과 디캔팅(Decanting)을 해 두어야 와인의 향기가 더욱 살아나는 매력적인 바롤로가 된다. 그런 인내가 없다면 그 깊은 풍미를 내어주지 않는 바롤로는 이름만큼이나 가격이 높은 편인데 생산자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크다.
결론적으로, 한 병의 바롤로는 특정 해의 빈티지와 기후 환경, 양조 과정, 그리고 보낸 수많은 세월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탈리아 와인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오데로 바롤로 부시아 비냐 몬도카 리제르바 2007 (Oddero Barolo Bussia Vigna Mondoca Riserva 2007)
Winery: Oddero
Grapes: Nebbiolo
Region: Italy / Northern Italy / Piemonte / Barolo
Wine style: Italian Barolo
-위치: 라 모라(La Morra) 지역의 계단식 대지 위에 설립되었으며, 랑게와 아스티 지역 최고의 크뤼 포도밭 35헥타르 보유.
양조 철학: 창업 선조들의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우아한 멋과 혁신을 도입하였고, 2008년 유기종으로 전환을 시작하여 2017년 유기농 인증을 받아 전통과 현대 생산방식, 열정으로 국제적으로 수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
와인 특징
포도밭: 몽포르테 달바(Monforte d'Alba) 지역에 위치한 유명 크뤼인 부시아(Bussia) 포도밭 내부의 몬도카(Vigna Mondoca) 단일 포도밭에서 수확(부시아는 동부 지역의 남성적 스타일을 대표하는 마을 중 하나인 몽포르테 달바에 속함).
생산량: 매우 제한적 (빈티지에 따라 연간 약 3,500병 한정 생산).
숙성 규정: 리제르바 등급. 3,000ℓ 크기의 대형 오크통에서 약 36개월간 숙성 후, 추가 병입 숙성까지 총 5년 숙성. (장기 숙성을 통해 복합미와 구조감이 극대화)
와인 테이스팅
외관 및 색상은 벽돌색을 띠는 아름다운 석류 색.
향 (Aroma)은 첫 향은 말린 야생 장미, 제비꽃 같은 섬세한 플로럴 노트로 시작하여, 구운 너트와 바닐라, 점차 낡은 가죽향, 타르, 흙(Earthy), 송진, 민트, 감초, 후추, 시가, 삼나무, 버섯, 말린 과일 그리고 감초의 복합적인 3차 숙성 향이 압도적. 숙성된 올드 빈티지에서는 미묘한 트러플이나 훈연 향이 매력적.
구조와 맛 (Palate)은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풀바디(Full-bodied)이나, 탄닌은 벨벳처럼 부드러워 우아함을 극대화. 네비올로 특유의 높은 산도가 와인의 뼈대를 견고하게 지탱하고 긴 피니시에 밸런스가 좋음.
세련된 피니시가 우아하며 길게 지속되는 제비꽃의 플로럴과 미네럴리티한 흑연향의 여운이 인상적.
음식과의 페어링 (Pairings):
-화이트 트러플을 곁들인 리소토
-오랜 시간 익힌 갈비찜 (서양식 브레이징)
-구운 조류나 육류 요리
-숙성된 경성 치즈류
-버섯을 활용한 다양한 파스타요리
그대 곁에 어떠한 말과 시련에도 흔들림 없이 그대를 믿고 묵묵히 응원하며 힘이 되어주는 벗이 있는가?
어쩌면 질문의 방향을 달리하는 것이 옳을지 모른다. 우리 스스로가 먼저 그러한 존재가 되어주는 것은 어떠한가?
마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계절을 견뎌내는 은행나무와 같이, 혹은 세월의 깊은 풍미와 복합미를 고스란히 간직한 올드 빈티지 바롤로 와인과 같이, 깊고 긴 여운을 남기는 굳건한 신뢰의 동반자로 말이다.
타인의 삶을 시기와 질투의 앙상한 시선 대신, 지지와 견고한 신뢰로 바라보는 것. 오래된 와인의 깊이 있는 풍미와도 같은, 변치 않는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 건배!
"좋은 와인은 단번에 알아볼 수 없다. 가장 진실한 친구처럼 오랜 기다림 속에서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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